글: 박신영 (새와 생명의 터 인턴십 2024년 3월~6월) 조지아대학 박사과정 중
안녕하세요. 저는 조지아대학교의 보전생물학 박사과정 학생이자 새와 생명의 터의 인턴으로 연구에 참여한 박신영입니다. 연구를 통해 현실의 보전 문제에 기여하고자 하는 새와 생명의 터의 관점이 연구자로서 저의 역할과 맞닿아 있는 만큼, 흰목물떼새 서식지 조사에 참여하여 연천 지역 생태계의 현안을 알아보고 지역 전문가들과 협력하기 위하여 인턴십에 지원하였습니다. 인턴십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기대 이상의 배움을 얻고 우리 사는 터전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느끼는 귀중한 경험으로 남았습니다. 지면을 빌어 나일 무어스 박사님과 새와 생명의 터 연천 팀에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저는 지난 봄철 며칠간 새와 생명의 터 연천 팀과 함께 멸종위기종인 흰목물떼새의 서식지를 조사하였습니다. 멸종위기종은 개체군 크기가 심각하게 줄어들어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어려운 생물로, 인간 활동으로 인해 많은 서식지를 잃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생물다양성의 감소에 대한 우려와 함께 종 보호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멸종위기종’이라는 표식을 붙였으니, 이제는 이들의 생존을 돕는 방향으로 사람들의 행위에 변화가 일어나야 할 텐데요.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확인한 현실은 우리에게 필요한 변화를 거부하는 듯 참담했습니다.
3월 짝짓기와 포란기, 하천 위 넓고 평평하게 자갈이 쌓인 지형을 조심스럽게 돌아다니는 흰목물떼새는 완벽한 보호색을 띠고 있습니다. 짝짓기를 하고 둥지를 마련할 철이지만 강가에서 낚시하는 사람들, 캠핑하는 사람들, 계절이 달라져도 떠나지 않게 된 포식자 조류들을 피해 좋은 자리를 찾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수풀이 우거지지 않고 시야가 탁 트인 자갈밭에, 특별히 둥지라고 할 것도 없는 돌바닥에 흰목물떼새 부부는 조심스레 알을 낳고 지킵니다. 자갈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의 알은 눈에 쉽게 띄지 않지만 뱀, 까마귀, 왜가리 등 포식자의 주의를 피하기 위해 흰목물떼새 부부는 경계음도 내고 다친 척도 하고 경계에 최선을 다합니다.
연천의 30여개 장소에서 흰목물떼새의 존재를 확인하고 난 후, 5월 육추기에 접어든 흰목물떼새 가족을 찾으려 다시 방문했습니다. 주변에는 도처에서 토목공사가 진행 중이었고 강바닥을 파헤친 포크레인 자국, 주변에서 토목 작업을 하기 위해 하천을 쓸고 지나간 중장비 자국 등을 선명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망원경으로 자갈 하나하나를 꼼꼼히 살피기도 전, 이렇게 큰 교란이 일어난 곳에서 흰목물떼새가 알을 낳았을까, 알을 낳았더라도 무사히 살아남아 부화할 수 있었을까 탄식이 새어 나왔습니다. 하천 준설, 하천변 수목 제거, 도로 확장 및 건설 등 많은 지역에서 갖은 이유로 토목공사가 이루어졌고 이렇게 교란이 극심한 지역에서 흰목물떼새를 찾아보기는 어려웠습니다. 마침내 흰목물떼새 가족을 확인한 곳은 6곳에 불과했습니다.
토목공사는 하천을 ‘관리’함으로써 수자원으로서의 활용성을 높이고 홍수 피해를 막고 식물 활착으로 인한 추가 피해를 막고 또는 외래식물로부터 토착생태계를 보호하고자 했을 겁니다. 건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최단거리로 도로를 내고, 중장비는 하천을 가로질러 이동하는 것이고, 더 많은 사람들이 자연을 더욱 가까이 느끼게 하려고 하천 옆으로 보행로를 냈을 뿐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좋은 의도는 하천생태계에서 살아가는 생물의 삶을 고려할 때 더욱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생물다양성 소실로 인한 생태계 구조 붕괴로 결국 아끼려던 비용을 더 많이 지출하게 되고 잃어버린 질서를 쉽게 되찾기는 어렵게 됩니다. 우리 사는 세상의 소중함, 생태계의 순환과 건전한 구조의 중요성에는 모두가 공감하는 듯한데, 우리 사회의 의사결정은 근시안적 손익계산과 모순된 성질의 정책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여전히 많습니다.
흰목물떼새의 존재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라도, 흰목물떼새는 우리 사회의 구성원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사람이 인식하지 못했다고 할지라도 이들이 함께 만들어온 세상이 바로 우리가 살아온 세상이고 사람이 사람의 생존을 위하여 지켜야 할 세상입니다. 일상생활에서부터 정책결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측면에서 인간과 ‘따로 또 같이’ 사는 이들을 고려하는 총체적인 시각이 필요합니다. 인간의 생활 편의를 위한 도시 계획과 인간을 위한 ‘생태계 관리’는 비용과 눈앞에 드러난 인간의 편의만을 고려할 것이 아니라 인간의 결정으로 영향을 받을 지역에 살고 있는 생물을 반드시 생각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인간의 세심한 고려와 의사결정으로 흰목물떼새의 삶은 충분히 나아질 수 있고 그로 인해 인간의 삶과 우리의 공동체는 더 나아집니다.
멸종위기종의 지정은 종과 생태계에 대한 관심을 높여 더 좋은 방향의 삶을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두루미와 같은 멸종위기종은 학계, 대중, 정부 모두의 관심을 받고, 이를 바탕으로 서식지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멸종위기종은 사람들의 관심 밖에 있고 절멸을 향해 가파르게 개체군 크기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번 인턴십에서 지금은 어떤 종을 살리고 죽이느냐가 인간의 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대임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생물을 조사하고 연구하여 어디에 누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아는 것,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를 알고 지키려는 노력을 실천하는 것이 어느때보다도 중요해 보입니다.
마치면서, 새와 생명의 터는 최근 인턴십 기간 동안 흰목물떼새 조사 연구와 전곡습지공원 조성 계획 수립에 귀한 시간과 열정을 나눠 주신 박신영(박사과정)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학위를 마치는 전 과정이 순조롭고 성공적이길 기원하며… 언젠가 함께 일할 수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