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30일 우리(이수영, 이수진, ‘새와 생명의 터 (연천)’ 회원이자 호사비오리 조사 경력자)는 연천초등학교 4학년 교실을 찾았다. 담임선생님과 함께 연천군의 생물다양성과 서식지, 조류를 아우르는 환경교육을 이미 진행하고 있는 학급이다. 아이들은 호사비오리가 연천군과 깊은 관계가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고, 더 이해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호사비오리를 직접 본 적이 있는 학생, 손 들어 볼까요?”
예상대로 아무도 없었다.
“왜 여러분은 호사비오리를 보지 못했을까요?”
“없어서요.”
“멸종위기종이라서요.”


이 가을에도 어김없이 호사비오리가 임진강을 찾아왔다. ‘새와 생명의 터 (연천)’는 2021년 처음으로 임진강 호사비오리 집중 조사를 시작했다. 조사 결과는, 임진강이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인 호사비오리에게 호사비오리 이동 기간에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서식지(중간기착지)일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했다.
이후 ‘새와 생명의 터 연천’은 봄, 가을 이동 기간 호사비오리 집중 조사를 지속해 왔다. 그리고 축적된 조사 데이터는, 연천 임진강이 봄, 가을 이동 기간 동안 호사비오리에게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서식지(중간기착지)라는 사실을 확증해 주었다. 2025년 가을 현재에도 EAAFP(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의 후원으로, 백승광 님이 사흘 간격의 정기조사를 수행하고 있다.
자연에 서식하는 호사비오리의 전 세계 총개체수는 3,500마리 정도로 알려져 있다. 호사비오리는 러시아, 중국, 북한,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 조류이다. 총개체의 약 85percent가 러시아(주로 연해주)의 강에서 번식하고, 95percent가 중국(주로 남동부)의 강에서 월동한다.
호사비오리가 봄, 가을에 러시아와 중국을 이동할 때, 그 중간에 있는 지역이 한반도이고, 한반도에서도 그 중간에 임진강이 위치한다. 러시아와 중국에서 호사비오리는 훨씬 넓은 지역에 흩어져 분포하지만, 봄, 가을 이동 기간에는 많은 개체가 임진강에 집중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마치 명절 때 귀성 차량과 귀경 차량이 고속도로에 집중되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므로 이동 기간에 호사비오리가 임진강에서 잘 쉬고, 잘 먹고, 잘 자는 것은,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인 호사비오리를 보호하는 데 있어 번식지와 월동지가 중요한 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
그간 꾸준히 이어져온 지식 공유와 논의의 결과, 호사비오리 보전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처음 마련되고 있다. 경기도와 EAAFP의 후원하에, 연천군청과 ‘새와 생명의 터 (연천)’, 그리고 연천초등학교 학생들이 함께 호사비오리 안내판 디자인과 제작을 시작한 것이다. 안내판 2개가 중면 횡산리와 삼곶리에 설치될 예정이다.


호사비오리는 민간인통제구역 필승교부터 호로고루에 이르기까지 임진강에 전체적으로 서식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일부 구간, 일부 선호 지역에 집중적으로 서식하는데, 이런 곳들의 생태 조건이 파괴되거나 교란이 가중되면 호사비오리의 생존을 위협하게 된다.
안타깝게도, 호사비오리가 가장 선호하는 핵심 구간들이 최근 몇 년간 집중적으로 개발되고 있고, 앞으로도 개발될 예정이다. 동이리 주상절리(임진강주상절리관광센터), 진상리(파크골프장), 삼거리(반려동물테마파크)가 대표적인 지역이다.
호사비오리가 거기에 서식하는지 알지 못하는 연천 주민이나 방문객들이, 의도치 않게 호사비오리를 위협하는 사람이 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보호 장치, 안전 장치가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람만큼이나 야생생물이 소중하다고 여기며, 그들을 보호하는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기기 때문이다.

© 이수영

그 모든 보전 대책 중에서도 가장 빠르고 가장 쉽게 마련할 수 있는 것이 아마도 안내판일 것이다. 이제 연천초등학교 학생들이 여기 호사비오리가 있다고, 호사비오리를 함께 지킬 수 있다고 알리기 위해 나섰다. 윗세대가, 그리고 정책이 이에 응답할 수 있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연천군청에 호소하고자 한다. 호사비오리 안내판 설치가 가장 시급한 곳은 동이리 주상절리이다. 임진강 호사비오리가 유독 좋아하는 그곳에, 임진강주상절리관광센터가 곧 문을 연다. 계절적인 산책로 폐쇄와 완충 식생 조성, 가림판, 탐조대, 안내판 설치가 반드시 필요한 지역이다.
아직 아무런 대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지만, 적어도 안내판 하나는 먼저 설치할 수 있지 않을까? 호사비오리와 임진강을 소개하고, 호사비오리를 지키기 위해 방문객이 가져야 할 태도를 안내하는, 연천초등학교 학생들이 디자인한 안내판이 가장 필요한 이곳에도 세워질 수 있지 않을까? 또한 그것이 많은 이들에게 자부심과 감동을 줄 수 있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