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미천의 사계’는 ‘새와 생명의 터 연천’(대표 김희송)이 기획한 2026년의 프로젝트이다. 명칭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 사미천을 방문하여, 사미천과 그곳에 서식하는 새와 생물다양성에 대한 이해를 다지기 위한 것이다. 더 넓게는 연천에 서식하는 생물다양성을, 더 나아가 연천을 넘어 광역 수준의 이해를 넓히기 위한 것이다.
무엇보다 먼저, 왜 사미천인가? ‘새와 생명의 터’(대표 나일 무어스 박사)의 보고서 ‘2025 연천 유네스코 지정지역 조류 모니터링 연구용역, 연천 임진강 생물권보전지역: 한국의 새 연구 결과 및 권고 사항’(나일 무어스 외, 2025)은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민간인통제구역 밖 사미천에서 백학에 이르는) 이 서식지는 두 개의 소하천(사미천과 석창천), 임진강 하류 구간, 모래 및 자갈로 이루어진 하중도, 버드나무숲, 조성된 초지, 그리고 약 150헥타르의 논을 아우른다. (중략)
최수연이 제작한 개념도(아래)에 나타나 있듯, 개활지에서 준설한 토사를 활용해 흙제방을 쌓으면 일련의 수질 정화 연못과 광대한 범람원 습지를 조성할 수 있다. 또한 이 지역을 조망할 수 있는 탐조 하이드를 설치하면, 민통구역 밖에서, 이동하는 많은 새들을 볼 수 있는 곳에서, 월동하는 두루미와 재두루미가 오가는 지역 인근에서, 보존관광과 환경교육을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2025 연천 유네스코 지정지역 조류 모니터링 연구용역 (나일 무어스 외, 2025)
이 서식지는 지난 몇 년간 ‘새와 생명의 터’가 연천군에서 수행한 생물다양성 조사를 통해 가려낸, 물새에게 국제적으로 중요한 주요 세 서식지군 가운데 한 곳이다. 다시 말해, 연천군에서 람사르습지로 등재될 잠재력이 큰 서식지이다. 만약 자연 습지처럼 복원되기만 한다면 수많은 이동성 조류 및 다양한 생물 종들이 즉시 이용할 수 있어 교육과 관광, 지역경제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
‘새와 생명의 터 연천’은 연천군의 지속가능발전을 향해, 인간과 자연의 평화로운 공존을 향해, 사미천을 방문하기로 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번의 공식적인 방문은 원하는 이들에게 활짝 열려 있으며, 회원들은 매달 정기 탐조를 진행하고 있다.
“새의 4계절은 인간의 4계절과 시간이 다르다. 또한 조류 종마다 4계절이 다르다”고 나일 무어스 박사는 말한다. 새에게 봄이란, 번식지로의 이동, 번식을 위한 영역 확보, 구애, 둥지 짓기의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연천을 기준으로, 4월 말 현재 이미 이소한 어린 새가 보이는 방울새에게는 봄이 무르익었지만, 아직 도착하지 않은 팔색조에게 봄은 아직 더 기다려야 할 것이다. 2월 말부터 짝을 지어 하천의 자갈톱에 머물던 흰목물떼새와 4월에 짝짓기가 관찰된 꼬마물떼새의 봄은 시차가 크다.
따라서 ‘사미천의 사계’는 반드시 새들의 사계절과, 또는 특정 종의 계절과 들어맞는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연천에서 이들과 이들을 관찰하는 우리 모두 4계절을 순환하는 것은 분명하다. 이들과 우리의 열두 달, 4계절은 어떻게 흘러가는가, 어떻게 연결되는가, 그 시간 동안 사미천은 어떤 곳인가, 어떤 곳일 수 있을까…… 그렇게 봄의 방문은 이루어졌다.
| 날짜 | 인원수 | 날씨 | 종수 | 비고 |
| 2. 22. | 6 | 맑음, 바람, 미세먼지 | 16 | 이버드 기록: https://ebird.org/guidelines/S303170712 자갈톱에서 흰목물떼새 한 쌍 관찰. 재두루미 4마리가 맞은편 논에서 날아올라 하류 방향으로 날아감. |
| 3. 1. 봄 | 18 | 흐림, 바람, 부슬비 | 20 | 이버드 기록: https://ebird.org/guidelines/S304871771 흰목물떼새 한 쌍. 알락할미새, 삑삑도요. 잿빛개구리매 등. 떼까마귀 수백 마리 범상, 맹금 출현 시 쇠기러기 수백 마리가 날아오름. 같은 곳에서 재두루미와 두루미 먹이활동. |
| 4. 12. | 5 | 맑음 | 15 | 이버드 기록: https://ebird.org/guidelines/S323279898 동일한 자갈톱에서 흰목물떼새 한 마리 관찰. 이동 막바지로 보이는 되새 10마리. |
3월 1일 열린 공식적인 ‘사미천의 사계—봄’ 탐조에는 18명이 참여했다. 함께 탐조하기에는 적지 않은 인원이었지만 고요함 속에서 약 2시간 동안 다양한 새를 관찰할 수 있었다. 자주 산책하는 사미천의 아름다움을 새삼 다시 알게 되었다는 한 참여자의 의견은 주관 단체로서 보람을 느끼게 해주었다.
사미천 봄 탐조의 주인공은 단연 흰목물떼새라고 할 수 있다. 2월부터 4월까지 세 번의 탐조에서 매번 관찰되었고, 또한 동일 지점에서 관찰되었다. 2월 말에 한 쌍이 관찰되었고, 약 열흘 뒤인 3월 1일에는 자갈톱에 앉아 있는 모습도 관찰되었다.


흰목물떼새. 사미천, 2026. 3. 1. © 이수영
흰목물떼새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이다. 강하천의 준설로 흰목물떼새의 서식지인 자갈톱과 자갈섬이 대거 파괴된 것이 멸종위기에 이른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강이나 하천 이외의 장소에서는 관찰되지 않으며, 강과 하천의 생태적 건강을 알려주는 지표종이다.
우리가 사미천 전 구간을 확인한 건 아니었고, 거기 있는 새를 다 보았다고도 말할 수 없다. 하지만 1킬로미터가 넘는 사미천 구간에서 국가 멸종위기종 흰목물떼새 단 한 쌍이 (또는 두 쌍이라 해도) 번식한다고 한다면, 이는 유네스코 다중지정지역인 연천의 위상에는 많이 부족한 것이 아닐까.
높은 인공 제방으로 하천과 단절된 과거의 습지는 건조한 땅으로 변했고, 범람원, 모래톱, 자갈섬, 다양한 깊이의 웅덩이와 못을 비롯한 자연 경관, 즉 자연 서식지는 사라져 왔다. 사미천의 새를 보며 우리는 상상해 본다. 복원된 습지가 펼쳐 놓을 아름다운 경관을, 그 경관을 수놓을 다양한 새들을, 생명을, 그 살아 있는 소리들을. 유네스코 다중지정지역을 가꾸고 안내하는 주민들의 행복한 표정을.

